노랑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 있을 때 내뿜는 황금빛이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것처럼, 노랑은 가장 따뜻하고 열정적인 색이다. 신성한 본질 중에서도 지상에서의 황금빛 노랑은 왕자와 왕, 황제의 권력을 특징적으로 나타냈고,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이 지닌 권력을 신이 내린 것이라 주장하였다. 중국인들은 노랑에 다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탁월함을 부여하였다. 명나라 때는 노랑이 황제의 색이었으며, 청나라에 이르면 황제의 옷은 물론 궁전을 장식하는 타일에도 노랑을 사용하였다. 초록은 귀족의 저택을 위한 것이었고, 파랑은 베이징의 천단 같은 성소를 위한 색이었으며, 검정과 회색은 그 밖의 건물에 사용되었다. 지상을 상징하며 더 넓게는 중국 영토와 황제, 천자를 상징하는 노란색은, 중국과 중국의 황제가 전 우주의 중심임을 역설한다.
고대 그리스의 여러 교단들은 결혼식 베일과 아르테미스 브라우로니아 신전에 봉헌된 소녀들의 옷에 노란색을 사용할 것을 명령하였다. 고대 로마가 기울어갈 무렵에도 마찬가지로 노랑은 큰 인기를 누렸으며 신성한 색으로 여격졌다. 이와 대조적으로도 인도에서는 바이샤 계급이나 농부들이 입는 염색하지 않은 직물의 색이 노랑이었다. 그들은 옷은 더러워지면서 점점 흙빛으로 변해간 반면 하양은 브라만, 빨강은 전사에 해당하는 색이었다. 노랑은 또한 간통한 남자들을 나타냈고, 더 넓게 말하자면 배신한 남편과 반역자의 색이었다. 파스토로는 중세의 도상에서 유다가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노란색 옷을 걸친 모습으로 자주 재현되었다고 언급한다. 예를 들면 브르타뉴 지방의 코트다르모에 있는 성 고메리 예배당 프레스코 벽화에서, 유다는 완전히 노란색 옷을 입고 있어 다른 사도들과 분명하게 구분된다. 14세기에는 나라에 불충한 기사들의 집 문을 노란색으로 칠했는데, 이러한 관습은 부르봉 군당장에게까지 적용되었다.
하양
하양ㅇ은 스펙트럼에 있는 모든 색, 즉 빛을 내는 색 전부를 합친 것이다. 가장 밝은 색인 하양은 순수와 순결, 처녀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첫 영성체를 하는 이들과 결혼식 때의 신부는 완전히 흰색으로 빼입는다. 또한 하양은 교황과 사제, 특정 교단을 나타낸ㄴ데, 이미 켈트 시대부터 드르이드교의 사제들을 위한 색이었다.
하양은 입문의 색이다. 사라아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성년식을 하는 이들은 영적인 삶의 시작을 알리는 흰 석고를 온몸에 바른다. 카톨릭교의 세례식에서는 세례를 받는 이들이 새로운 삶의 시작과 신의 자녀로서 더 큰 가족의 울타리에 들어왔음을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는다. 스페인이 마야를 정복했을 때, 예배 장소에 쓰이던 빨강은 정복자의 죄스러운 마음과 연관되어 카톨릭교의 순수성을 상징하는 흰색 석회유로 대체되었다. 우연히도 마야인들에게 하양은 변화의 색이었다.
하양은 사도들 앞에 나타난 예수의 변모와 계시의 색이다. "예수는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수피교는 지혜의 상징인 흰색에 굉장한 중요성을 두며, 이 세상의 죄수로서 인간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흰색의 관계를 중시 여긴다. 티베트 불교와 달라이마라 역시 '지혜의 큰 바다'혹은 하얀 연꽃의 주인'이다. 하양은 또한 귀족의 색으로, 프랑스에서는 왕과 왕족을 나타내며 인도에서는 브라만 계급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하양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으며, 검정이 그러한 것처럼 애도를 상징한다. 흰 수의로 죽은 이들을 감싸는 전통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징정한 애도의 색은 하양이었고, 프랑스 궁정에서도 역시 상중에는 흰 옷을 입었다. 동방적 교회의 신학자 클레망은 성 토요일의 흰색이 지닌 상징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이 죽자 지상에 침묵이 내린다. 그리스도는 지옥으로 내려간다. 이것은 승리의 하강이다 그리스도가 인류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어둠을 파괴하러 온 것이다." 그러므로 흰색은 기다림의 표시이자 희망의 산징이 된다. 자신의 작품 <죽은 이들의 부활을 기다리나이다>를 라그라브의 메이지 빙산 꼭대기에서 연주하고자 했던 메시앙의 마음속에서도 흰색은 다음과 같이 그려졌다. "거기 하얀 빙산 위에 비치는 햇살의 유희를 통해, 나는 내 음악 전체이 퍼져나가는 두 번째 상징을 시각적으로 얻을 것이다. 영광스러운 몸의 본질인 맑고 깨끗함이라는 선물을."
검정
검정은 하양과 동격인 동시에 정반대이다. 하양과 함께 검정은 색채 단계의 양 극단에 위치한다. 하양과 검정의 이원성은 빛과 그림자, 낮과 밤, 하늘과 땅, 청결과 불결, 음과 양의 그것과 같다. 창세기를 비롯한 여러 우즈 기원론들은 어둠에 대항하여 싸우는 빛의 투쟁에 대해 들려준다.
하양처럼 검정도 애도의 색이지만, 희망이 없는 애도이다. 칸딘스키는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 이렇게 썼다. "가능성이 없는 망각처럼, 태양이 사라져버린 뒤의 죽은 공간처럼, 그리고 미래 없이, 심지어는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없이 영원히 이어지는 침묵처럼 검정은 내부에서 울려 퍼진다."
검정은 고대 그리스와 이란. 이슬람의 상복에 쓰인 색이다. 서유럽에서는 검정과 상복의 연관성이 비교적 최근에 발전하였는데, 처음에는 그저 눈에 띄는 색 옷을 입는 것을 피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 프랑스에서 검정은, 적어도 옷에 관해서는 더 이상 애도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예술가들과 젊은이들은 종종 완전히 검은색으로 차려 입는다. 옷장에 필수적인 '검정 원피스' 하나 없는 여자가 과연 있을까? 한편 프랑스인들은 주거지에 검정을 사용하는 것에는 과도하게 신중함을 기해 왔다. 이와 달리 영국과 스코틀랜드,네덜란드에서 검정은 집 벽과 세부 장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정은 14세기 초반 이탈리에 의북의 주된 색이었는데, 값비싼 염료 사용을 금지하던 당시에 경제 법령에 따른 것이었다. 우럽 전역에 검정이 유행하게 되었고 특히 궁정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경향은 종교개혁기에 밝고 따뜻한 색채를 부도덕하다고 공표하고 금욕적이고 간소한 색채를 선호함으로써 더욱 확고해졌다.
스펙트럼의 모든 색이 한데 모여 있는 무지개 관해서는 그 한쪽 끝에 있는 인간들과 다른 쪽에 있는 신이나 영웅들 사이를 이어주는 신성한 연대라는 의미가 확고하다. 무지개는 부처가 천상에서 내려올 때 사용하는 일곱 빛깔의 계단이아. 그리스에서는 제우스의 결정을 다른 신들이나 인간들에게 전하는 이리스 여신이 두른 휘장이다. 중국에서는 음과 양의 결합을 의미하고, 유대인들에게는 신과 자신들 사이의 계약이 실체로 들어난 것이 바로 무지개이다. "하느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하여, 나와 너희,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은 이것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창세기 12장)
색채디자이너 필립 랑클로의 환경, 건축 그리고 색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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